탈핵 희망의 시 '평밭 할매의 시' [현수막] [건]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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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 : 탈핵 희망의 시 '평밭 할매의 시' [현수막] [건] (2012-03-15)


주제 : 탈핵 희망의 시


내용 : [시]

문예지 겨울호 특집을 펴 봐도
문학상으로 빛나는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봐도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는
시인의 시를 몇 번이나 뇌어도
동유럽을 여행한 원모 시인의 시를
읊어 봐도
시가 없다.

새벽밥 한 솥 뜨는 둥 마는 둥
부리나케 산으로 달려가는 평밭 할매.
아름드리 서어나무 끌어안고
"미안하데이."
"정말 미안하데이."
중얼대며 떨고 섰다.

번득이는 톱날이 다가와
"할매, 다쳐도 책임 못 져요."
위협하면
"그래 이놈아! 내 다리부터 끊어라."
대거리한다.

나무와 몸을 맞대고
영하의 체온을 나누던
평밭 할매.
톱날이 점심 먹으러 간 사이
절뚝이며 비밀 천막에 내려와
몸을 세우고 요기를 한다.

새로 지은 원자력 발전소
76만5천 볼트 고압 전기를
먼 도시로 보내기 위해
아파트 40층 높이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뭉갠다.

톱날이 몰려오는 소리
지싯골 할배도
도방통 할매도
뚝뚝 분질러지는 관절을 이어
허리 굽은 조선솥 끌어안는다.
굴참나무 앞을 막아선다.

화악산 너무
해가 꼴깍 넘어갈 때까지
평밭 할매는
서어나무 붙들고 몸을 비비며
시를 왼다.

"정신 차리래이."
"정신 차리래이"
"그래야 니도 살고
나도 산다."

문예지를 아무리 뒤적여도
평밭 할매
나무의 몸에 심은
그런 시는 없다.


생산자 : 이용인


발행처/출판사 : PNU SSK


날짜 : 2012-03-15


: 2012-05-20


기여자 : 765kV 밀양대책위


파일형식 : BMP


: 1579KB


언어 : 한국어


기록물유형 : 현수막


식별번호 : AMYAU00001


컬렉션 : 개인(현수막)


파일 : AMYAU00001.bmp